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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자폐와 성장의 서사, 어머니의 헌신, 삶의 의미

by 골드트리 넘버원 202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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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페를 지닌 주인공 초원이 마라톤을 통해 행복해하는 모습

 

정윤철 감독의 영화 마라톤은 전형적인 휴먼 드라마의 틀을 넘어, 인간 정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갈등과 변화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자폐를 지닌 한 청년의 개인적인 성장 서사, 그 어머니의 변함없는 헌신, 그리고 주인공이 달리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마라톤이라는 상징적 주제를 통해, 자폐인의 삶의 궤적과 그를 둘러싼 사회의 다양한 반응을 입체적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 마라톤 주인공 초원의 자폐와 성장의 서사

마라톤은 자폐를 지닌 한 개인이 자신만의 리듬과 방식으로 세상과 마주하며 어떻게 삶을 확장해 가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조승우가 연기한 주인공 초원은 자폐를 앓고 있는 청년으로, 일상적인 언어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정형화된 틀과 반복적 행동에서 안정을 찾는 전형적인 자폐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임상적 설명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폐인이 세상과 연결되기 위해 어떤 내면의 여정을 겪는지를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초원의 행동은 비논리적이거나 예측 불가능해 보일 수 있으나, 영화는 그것이 그의 세계에서 나름의 질서와 논리를 지닌 행동임을 강조한다. 그는 단순히 문제아가 아닌 고유한 사고방식과 반응 체계를 가진 온전한 개인으로 그려진다. 자폐는 흔히 사회적 소통 결핍으로 정의되지만, 마라톤은 그것이 단순한 결핍이 아닌 인간 표현의 또 다른 형태임을 암시한다. 초원의 행동은 세상과의 단절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려는 시도이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 자아를 표현하며,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감정을 몸의 리듬으로 나타낸다. ‘달리기’라는 신체적 행위는 초원이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고 연결되는 유일한 채널로 기능한다. 이 과정을 통해 관객은 자폐가 결코 고정되거나 폐쇄된 상태가 아니라 충분히 성장 가능성을 품고 있는 역동적인 조건임을 체험하게 된다. 특히 초원이 끊임없이 도전하고 기록을 경신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운동 경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자아 확장과 사회적 통합의 은유이자 고통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의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과정이다. 영화는 자폐를 극복해야 할 장애가 아니라 이해와 수용을 통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재정의한다. 초원이 자폐를 이겨낸다는 단순한 결말을 피하고 자폐라는 조건 속에서도 충분히 인간답고 풍요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러한 관점은 자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을 전환시키고 인간 다양성에 대한 긍정을 유도한다. 마라톤은 자폐인의 성장 서사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존재할 수 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 어머니의 헌신

마라톤의 또 다른 중심은 초원의 어머니, 경숙의 변함없는 헌신이다. 그녀는 자폐를 지닌 아들을 돌보며 끊임없는 사회적 편견과 냉대를 견디고, 때로는 체념과 분노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이 모든 복합적인 감정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도 아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경숙의 삶은 단순한 모성애의 이상화가 아니다. 그녀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때로는 냉정한 선택을 하며 아들을 통제하려는 욕망과 싸우기도 한다. 영화는 그녀를 희생적인 어머니라는 고정된 이미지로 그리지 않고, 깊은 내면의 복잡함을 지닌 하나의 인간으로 조명한다. 경숙의 삶은 고달프다. 그녀는 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자기 인생이 사라졌다는 상실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한다. 마라톤이라는 목표는 어쩌면 초원보다도 경숙 자신에게 더 절박한 탈출구였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아들이 사회에서 인정받기를 원하고, 동시에 자신 역시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존재의 정당성을 갈망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심리는 경숙이라는 인물을 단순한 헌신적 부모상을 넘어서 자녀의 장애와 함께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고 투쟁하는 존재로 만든다. 경숙이 아들을 마라톤 선수로 성장시키는 과정은 모성애의 이면에 숨겨진 욕망과 죄책감을 드러낸다. 그녀는 초원의 자율성과 인격을 간과하고 결과를 중시할 때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아들이 힘들어할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며 사회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아들의 존재를 끝까지 지키려 한다. 이러한 양면성은 모성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인간적인 감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점 중 하나는 경숙이 아들을 변화시키기보다 함께 변화해 간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마라톤이라는 여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에 존재했던 두려움, 불안, 부끄러움과 마주한다. 영화는 장애 자녀를 둔 가족의 현실을 단순한 감동 코드가 아닌 진솔하고 복합적인 시선으로 담아내며 헌신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마라톤은 어머니라는 존재를 이상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 숨어 있는 사랑의 깊이와 인간적 고통을 진정성 있게 보여준다.

- 삶의 의미

영화마라톤에서 달리기는 단순한 스포츠도 경쟁의 수단도 아니다. 그것은 초원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방식이다. 자폐라는 틀 속에 갇힌 인물이 오직 달릴 때만큼은 진정한 자아를 드러낼 수 있고 감정의 흐름에 따라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채널이 바로 달리기이다. 그가 달릴 때 초원은 자유롭다. 그는 누군가의 아들도, 사회적 소외자도, 치료 대상도 아닌, 그저 달리는 존재로서만 존재하게 된다. 그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반복 행동을 넘는다. 그것은 자신의 세계 속에서 느끼는 질서이자 제어할 수 있는 감각이다. 초원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달릴 때만큼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그의 신체 움직임은 그 자체로 소통 수단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그가 더 빨리 달릴수록 오히려 세상과의 거리는 더 가까워진다. 이것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상징 중 하나다. 이는 단지 장애인의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현대 사회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소외된 이들에게도 ‘달린다’는 것은 존재 의미를 되찾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영화는 달리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갈망을 포착한다. 초원의 발걸음 하나하나에는 바깥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내면에 존재하는 리듬을 세상에 들려주려는 욕망이 담겨 있다. 초원이 마침내 마라톤을 완주하는 순간은 단지 극적인 클라이맥스가 아니라 그가 사회 속에서 인정받는 주체로 처음으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그는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온 인생으로 박수를 받는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하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영화는 마라톤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이 본질적으로 외롭고 고독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응원한다 해도 결승선까지의 길은 언제나 혼자 달려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 고독 속에서 인간은 가장 순수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고통과 외로움을 견디며 달리는 존재가 지닌 존엄성과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부각한다. 초원의 달리기는 어떤 특별한 메시지를 외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하는 행위다. 그리고 영화는 그것이 바로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가치임을 일관되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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