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하면 한라산, 성산일출봉, 협재 해수욕장 같은 본섬의 명소들이 먼저 떠오르지만 여행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면 본섬을 벗어나 근처 섬으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주도 주변에는 작지만 매력 넘치는 섬들이 많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 조용하고 때로는 제주보다 더 제주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섬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는 비양도, 우도, 추자도를 중심으로 섬 여행 가이드를 소개합니다. 각각의 섬이 지닌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를 소개합니다.
- 비양도 작지만 깊이 있는 제주의 북쪽섬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비양도는 협재 해수욕장에서 멀리 바라보면 바다 위에 푸른 산처럼 떠 있는 작은 섬입니다. 면적은 크지 않아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2시간도 걸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풍경과 분위기는 무언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바다, 오름, 돌담길, 마을길, 작은 성당까지 하나하나 정겹고도 인상적입니다. 이 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고요함입니다. 상업적인 간판 하나 없는 마을은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주민 수도 적고, 관광객도 많지 않기 때문에 여유로운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입니다. 섬 중심에는 비양봉이라는 작은 화산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높이는 114m 정도로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데 정상에 서면 제주 본섬은 물론 협재, 금능 해변, 그리고 멀리 한라산까지 시야에 들어옵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에는 바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야생화가 반겨주고 중간중간에 쉼터가 있어 천천히 오르기에 좋습니다. 둘레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걷다 보면 마치 오래된 영화 속 장면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작은 정자, 포구에 정박한 낡은 배, 그리고 주민들이 심어놓은 텃밭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길가에는 마치 누군가 꾸며놓은 듯한 돌탑과 벤치 그리고 한적한 성당이 있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듭니다.
비양도에는 유명한 관광지도 붐비는 카페도 없지만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책 한 권 들고 가서 바닷가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거나 카메라를 들고 풍경을 담아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이 됩니다. 비양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느림의 미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섬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 제주도의 축소판 우도
우도는 제주도의 동쪽 끝에 자리한 섬으로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약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 본섬보다 더 ‘제주스러운’ 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곳은 제주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이 압축되어 있는 곳입니다. 바다, 오름, 해변, 목장, 동굴, 그리고 맛집까지 모두 모여 있는 곳입니다. 이 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건 해안도로를 따라 늘어선 다양한 풍경들입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전기 스쿠터나 자전거를 빌려 섬을 한 바퀴 도는 것을 선호합니다. 전체 둘레는 약 11km로, 중간중간 멈춰가며 관광하기 좋은 거리입니다. 이곳의 명소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서빈백사입니다. 일반 백사장과는 달리 이곳은 산호조각이 부서져 만들어진 하얀 모래가 특징입니다. 햇빛에 반사되면 마치 유럽의 휴양지를 떠올리게 하는 맑고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근처에는 해산물을 파는 노점이나 간단한 간식거리도 많아 소풍처럼 즐기기 좋습니다. 또 하나의 인기 장소는 검멀레 해변입니다. 검은색 화산암 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썰물 때는 동굴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으며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 공간은 마치 자연이 만든 콘서트홀처럼 신비롭습니다. 쇠머리오름도 빼놓을 수 없는 장소입니다. 오름처럼 생긴 이 언덕은 섬 중앙에 위치하며 정상까지 오르면 360도 파노라마 뷰가 펼쳐집니다. 성산일출봉, 본섬의 해안선, 그리고 넓은 들판까지 모두 조망할 수 있습니다. 봄에는 들꽃이 만발해 사진 찍기에도 좋은 장소입니다. 우도에는 땅콩이 유명한 곳입니다. 우도 땅콩 아이스크림은 이 섬의 대표 간식입니다.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며 더운 여름날이면 줄을 서서 사 먹을 정도입니다. 이 외에도 해물라면, 흑돼지 김밥 등 지역 특색이 담긴 먹거리들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 고요한 바다낚시의 성지 추자도
제주도 북쪽 완도와 제주 사이 바다에 위치한 추자도는 본섬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외딴섬입니다. 접근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여행지가 없습니다. 추자도는 상추자도와 하추자도 두 개의 주요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추자대교로 연결되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여객선은 보통 상추자에 도착하며 이곳에서 둘레길을 따라 섬 여행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추자도의 둘레길은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뉘며 각각의 구간은 바다, 숲길, 해안 절벽 등을 지나며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김대건 신부 순례길’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은 조선 후기 프랑스 선교사들과 함께한 천주교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입니다. 또한 이곳은 야경도 훌륭합니다. 인공조명이 많지 않아 밤이 되면 별이 쏟아질 듯한 하늘이 펼쳐집니다. 조용한 방 안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밖에 나가 별을 보는 것만으로도 추자도의 밤은 충분히 특별해집니다.
또 이곳은 예로부터 ‘낚시의 성지’로 알려져 있어 많은 낚시꾼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갯바위 낚시뿐 아니라 선상 낚시도 활발히 이루어지며, 감성돔, 돌돔, 갈치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낚시에 관심이 없더라도 추자도는 충분히 매력적인 섬입니다. 이 섬의 먹거리로는 자연산 생선회가 단연 최고입니다. 이곳에서는 대부분 생선이 그날 잡은 것이라 신선도나 맛 면에서 일반 횟집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추자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멸치회, 갈치조림, 톳무침 등도 추천 메뉴입니다.
숙소는 대부분 민박 형태로 운영되며, 현지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더 깊은 여행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소음과 일정을 잊고, 진짜 쉼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만한 곳이 바로 추자도입니다.
결론....
제주도 근처에는 비양도, 우도, 추자도처럼 작지만 특별한 섬들이 여행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라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여행지들입니다. 각각의 섬은 저마다의 색깔을 갖고 있으며 여러분이 어떤 여행을 원하느냐에 따라 선택지도 달라집니다. 비양도에서는 고요함과 자연 그대로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고, 우도에서는 다채로운 볼거리와 먹거리를 한 번에 즐길 수 있습니다. 추자도는 진정한 쉼을 원하는 이들에게 조용한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제주도 여행을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면, 이번에는 본섬을 잠시 떠나 주변의 작은 섬들로 발걸음을 옮겨보시기 바랍니다. 그 안에서 진짜 ‘제주’를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