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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의 쌍계사, 칠불사, 흥국사 사찰을 찾아서

by 골드트리 넘버원 2025.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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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하동은 자연과 전통 그리고 고요한 사색이 어우러진 여행지입니다. 특히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여러 고찰들은 하동이 단순한 여행지가 아닌 ‘마음이 쉬어가는 곳’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하동을 대표하는 사찰인 쌍계사, 칠불사, 흥국사를 중심으로 각각의 역사적 배경, 문화유산, 여행 동선까지 상세히 소개합니다.

하동 쌍계사 연등

– 하동을 대표하는 천년고찰의 품격 쌍계사

하동의 사찰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단연 쌍계사입니다. 지리산 자락 화개면 운수리에 자리한 이 사찰은 신라 성덕왕 21년, 722년에 삼법화상과 대공화상이 창건한 고찰로 전해지며 천 년이 넘는 시간을 품고 있는 명소입니다. 원래 이름은 옥천사였으나 이후 당나라에서 유학한 진감선사가 입산하여 선종수행 중심지로 만들면서 큰 전환점을 맞습니다.

쌍계사의 위치는 그 자체가 하나의 풍경입니다. 입구에 위치한 십리벚꽃길은 봄이 되면 꽃비가 흩날리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절에 이르기 전부터 방문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길 끝에 이르면 화엄십찰 중 하나인 쌍계사가 모습을 드러내며 웅장한 지붕선과 자연을 끌어안은 듯한 배치가 첫인상부터 경건함을 자아냅니다. 쌍계사의 대표적인 문화재는 국보 제47호인 쌍계사 진감선사 탑비입니다. 중국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진감선사가 창건 이후 쌍계사를 본격적으로 선종 수행의 중심지로 발전시켰고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입니다. 이 탑비는 글씨체와 구성 보존상태에서 탁월한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고려 조선시대까지 여러 차례의 화재와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르며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에 속해 있습니다.
쌍계사는 역사적으로도, 수행사찰로서도 깊은 뿌리를 가진 화엄사상의 요충지입니다. 사찰 경내에는 팔상전, 대웅전, 명부전, 요사채 등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으며 지형을 따라 계단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연과 건축이 서로에게 기대는 느낌을 줍니다. 특히 대웅전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능선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답습니다. 이곳은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 덮인 산사의 고요함까지 사계절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집니다. 또한 매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하루쯤 머물며 선(禪)의 정수를 체험해 보려는 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쌍계사 방문 시 근처 화개장터와 섬진강 산책로, 차문화센터까지 함께 둘러보면 더 알찬 여행이 될 것입니다.

– 전설과 고요가 머무는 지리산 깊은 산사 칠불사

쌍계사가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은 유명 사찰이라면 칠불사(七佛寺)는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고 싶은 이들을 위한 은둔의 공간입니다. 칠불사는 지리산 천왕봉 남쪽, 해발 1,000m가 넘는 깊은 숲 속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만큼 더 고요하고 독특한 기운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칠불사는 이름 그대로 일곱 부처님을 모신 사찰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아득한 옛날 칠 불이 지리산으로 내려와 이곳에서 수행을 했다고 전해지며 사찰 이름도 그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기록상 창건 연대는 분명치 않지만 고려이전의 전통을 이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후 조선 중기와 후기에도 명맥을 이어오다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며 소실과 복원을 반복했습니다. 실제로 사찰 내부에는 칠 불상이 모셔져 있으며 하나하나의 불상이 다 다른 인상을 품고 있어 마치 각각의 인간 감정을 상징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이곳의 또 하나의 매력은 바로 오르는 길 그 자체입니다. 산행을 통해만 도달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광지보다 훨씬 더 조용하며 오르는 내내 숲의 향기와 새소리만이 동행자가 되어줍니다. 이 길은 단순한 등산길이 아니라 일종의 ‘마음 비우기’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칠불사를 다녀온 사람들은 입을 모아 "다른 곳과는 다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요 건물들은 간결하면서도 단단한 기운이 감돌고 절 전체가 자연에 완전히 녹아들어 있습니다. 특히 새벽이나 해질 무렵 안개가 피어오를 때의 풍경은 현실과 꿈 사이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도시의 피로를 잊고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 불교 명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산사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칠불사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지만 모든 이가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하긴 어려운 곳입니다. 오히려 말없이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사찰입니다.

– 지역 신앙과 불교문화의 살아있는 흔적 흥국사

하동읍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흥국사는 쌍계사나 칠불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지역사회에서 오랜 세월 동안 신앙의 중심 역할을 해온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조선 후기부터 근현대까지 이어져 온 지역 불교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으며 현재도 다양한 불교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리는 살아있는 사찰입니다. 흥국사의 역사는 정확한 기록이 많지 않지만 구전에 따르면 통일신라 말기부터 존재했다고 추정됩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사찰이 크게 쇠퇴한 시기를 지나 근대에 들어 다시 복원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후원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절이 되었습니다. 사찰 내부에는 조용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감돕니다. 주요 법당인 대웅전은 단아한 한옥 양식으로 지어져 있으며 그 안에는 조선시대에 조성된 석가여래 삼존불이 모셔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찰은 큰 규모의 종루나 불탑은 없지만 사찰을 지키는 이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청소년 대상의 불교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나 지역 어르신을 위한 노인불자 활동, 명절 제사 및 법회, 그리고 차 나눔 행사 등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행사들이 많습니다. 이 점에서 흥국사는 관광지로서의 사찰보다는 공동체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하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큰 문화재나 웅장한 구조는 없지만 그 대신 사람의 숨결과 일상의 불교가 담겨 있어 조용히 들러 잠시 앉아 쉬어가기 좋은 사찰입니다.

결론....

하동의 사찰들은 단지 불교의 성소만이 아닙니다. 이곳은 세상의 소음을 잠시 멈추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쌍계사에서 우리는 천년의 시간을 느끼고, 칠불사에서는 침묵 속 진리를 찾아가며, 흥국사에서는 사람 냄새나는 신앙과 일상이 깃든 불교문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사찰들은 각각 다르면서도 공통적으로 ‘쉼’을 선물합니다. 역사의 무게를 이고 있는 지붕 아래서 지리산의 바람을 맞으며 사색에 잠겨보시기 바랍니다. 하동의 사찰은 걷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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